‘외부인사위원회’의 인사권이 의사결정(재판)에도 관여할 것이라는 우려
현재 인사 전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반증
삼권분립, 이권분립 여부는 사법부가 관여할 바 아니고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입법하는 것
매일신문(2025.11.3.)에 “판사 인사까지 입법부가 결정? 삼권 아닌 이권분립 아닌가”라는 사설이 실렸다. 민주당이 법원행정처 폐지 검토에 나선 데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법원행정처 대안으로 거론하는 사법행정위원회는 법관이 아닌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권위적이고 제왕적이며,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수직화돼 있는 대법원의 권력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현재 전국 판사 임면권은 대법원장이 행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폐지론'은 이번이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에도 제기되었고, 2020년엔 '이탄희 의원안'도 발의(發議)되었으나, '삼권분립 침해 소지'가 있어 위헌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한편, 법원 인사(人事) 및 외부 인사(人士) 참여형 위원회 문제 관련하여 김명수는 "정치적이고 법원 독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위헌 소지가 크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고, 대한변호사협회도 당시 "삼권분립 원리에 반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편, 위 사설은, 외부 위원회를 통해 사법부 인사와 의사결정에 관여하겠다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 헌법을 위배할 소지가 있는 것”, “재판도 집권 여당이 원하는 대로 하고 대법원도 장악해 판사 인사까지 마음대로 하겠다면 아예 헌법을 개정해 삼권(三權)에서 사법권을 빼 버리고 권력 체계를 그냥 이권분립으로 바꿔라” 등 논평을 냈다.
그러나 위 사설이 오해하고 있는 점을 크게 네 가지로 들 수 있겠다. 첫째, 삼권분립은 행정, 입법, 사법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라는 것일 뿐, 그 기능을 담당할 인물을 서로 제각기 따로 독립해서 뽑으라는 것이 아니다. 사법의 분립이란,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서 외부의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한다는 뜻이지, 누가 판사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임면권에 관련하는 것이 아니다.
위 사설에 따르면, “외부 인사를 통해 사법부 인사와 의사결정에 관여하겠다는 것”은 위헌이고, 반대로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 전권을 행사하는 권력구조는 사법권이 독립한 것, 삼권분립이 잘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다. 대법원장의 독점적 임면권은 사법부 자체의 상명하복 권위주의, 수직적 권력구조를 뜻하는 것일 뿐, 삼권분립과 연결하여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위 사설은 “외부 인사를 통해 사법부 인사”를 뽑는 것이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위배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인사권과 사법권은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을 뽑는 방법과 그 사람이 재판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사법권이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할 때 사법권은 재판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지, 그 재판관이 어떻게 임명되는가 하는 점과 무관하다.
위 사설은 “외부 인사를 통해 사법부 인사와 의사결정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함으로써, ‘인사(人事)’와 ‘의사결정’을 동일한 맥락에 놓았다. 그러나 법관을 뽑는 것(人事)과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재판관을 뽑는 방법에 따라 그 재판관이 임면권자의 눈치를 보고 독립된 재판을 하지 못할 경우가 생기는 수는 있겠다. 만일 뽑는 자가 의사결정에까지 관여하는 것이라면, 외부 위원회에 의한 법관 인사보다 현재 임면 전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의사결정에까지 관여할 우려성이 더욱 더 크다.
인사권자가 의사결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매일신문 사설의 우려는 대법원장 전권에 의한 작금의 부작용에 대한 고백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임면권을 가지고서 의사결정에까지 관여하지 않았다면, 그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로, “외부 인사를 통한 사법부 인사”의 목적은 이 같은 대법원장의 권위주의적 임면권을 해체하려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1인 독재할 수 있으나, 외부 위원회는 다양한 다수의 구성체가 될 전망이므로, 일괄적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다.
셋째, 위 사설은, “외부 인사를 통해 사법부 인사와 의사결정에 관여하겠다는 것”이 “재판을 집권 여당이 원하는 대로 하고 대법원도 장악해 판사 인사까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도 지금까지 인사권을 행사한 대법원장이나 그 대법원장을 임명한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대법원 등 사법부를 장악해 왔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이 같은 현실과 우려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장이 가진 법관 인사권 독점부터 척결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물론 집권여당이 원하는 대로 대법원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법관 인사권을 가진 위원회의 구성 원칙을 개방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겠다.
그럼에도 외부 인사의 구성을 믿을 수 없고 또 집권 여당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려면 민선제로 하면 된다. 국민의 선택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여야 중 한쪽에 편중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는 민선제로 한다. 이는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 어떤 방법으로 인선을 하든, 지금같은 대법원장의 독주는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되겠다.
넷째, 위 사설에서는, “재판도 집권 여당이 원하는 대로 하고 대법원도 장악해 판사 인사까지 마음대로 하겠다면 아예 헌법을 개정해 삼권(三權)에서 사법권을 빼 버리고 권력 체계를 그냥 이권 분립으로 바꿔라” 등 논평을 냈다.
정부는 꼭 삼권분립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은 아에 분립 개념 자체가 없고, 입법부가 행정, 사법을 총괄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에서는 이권분립으로 사법부가 행정부에 소속되어 있다. 이권분립이 된다고 해서 사법부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삼권분립할 것인지, 이권분립할 것인지는 국회에서 입법 사항으로 다시 정하면 된다. 이권분립한다고 해서 사법부가 말살되는 것이 아니고, 삼권분립한다고 해서 사법부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보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 입법 사항은 다수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고, 사법권력 오남용 혐의를 받는 조희대, 지귀연 등, 일련의 사법부 판사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국힘당이 사법권력 독립 운운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 민중을 우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 같은 망발을 서슴지 않는 것은 이들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그 잘못은 지금까지, 명색이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그 정치적 발언권을 봉쇄하고 있는 제도적 결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망발은 배타적 위정자들에게 '그들만의 리그'를 펴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제도 때문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집권 여당 민주당도 사법권력 부패에 책임이 없지 않다. 정치권력의 행사가 위정자들의 전유물이라고 보고 국민 민중을 백안시하는 점에서 국힘 야당과 닮은 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