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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116) 곽노현(전 서울시 교육감)의 법왜곡죄 논의에 부쳐 - 법왜곡죄는 배심제, 참심제와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것

최자영 | 입력 : 2025/12/20 [18:31]

독일은 법왜곡죄와 참심제가 병존하여 사법권력의 오남용 방지
법왜곡죄는 직업 판사뿐 아니라 시민 배심원, 참심원에도 같이 적용되는 것
한국의 권위주의, 관료주의 전통 청산 없이 시민 주도의 배심제 도입은 언감생심
대만과 일본의 시민 참심제 도입은 전통의 분권적 권력구조 위에서 가능했던 것

시민언론 <민들레>에 “시민의 사법참여로 판사의 법 독점 구조 깨야”라는 표제로 전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의 글이 실렸다.(민들레, 2025.12.18.) 곽 교육감은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를 지냈다.

글의 요지는 법왜곡죄 입법보다 시민 배심제와 참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왜곡죄는 현재 다수 민주당이 소수 국힘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는 것으로서, 연말 처리 예정이었으나, 다른 의제에 밀려 다음 해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회자한다.

곽 교육감의 위와 같은 주장은 몇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다. 첫째, 당장에 참심제를 시행하는 독일에서는 법왜곡죄와 참심제가 병존한다. 양자는 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사법권력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로서 조처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왜곡죄 입법보다 배심제나 참심제를 도입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전자뿐 아니라 후자도 같이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곽 교육감이 사후 처방적 법왜곡죄 도입의 필요성을 폄훼하는 것은 단세포적 시각이다. 사후의 단죄는 이미 일어난 사실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수 있는 권력 오남용의 가능성도 차단하는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벌 받는 기제가 구비되어 있어야, 사후에 받는 그 벌이 겁이 나서 미리 조심하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이치이다. 법에 의한 처벌이 갖는 예방적 기능은 사실 저질러진 벌에 대한 단죄의 기능보다 더 중요하다.

둘째, 곽 교육감은 “배심원이나 참심원으로 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까이서 눈으로 보며 함께 일하면 빗나가는 판사의 손목을 재판이 진행되는 실시간으로 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곽 교육감이 놓치고 있는 점은, 참심제가 모든 범죄에 대해서 다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독일, 대만, 일본 등지에서 참심제는 주로 중범죄의 경우에 적용한다. 모든 범죄에 시민이 참여하는 참심제 재판을 다 적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전면적 참심제의 적용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직업 판사가 저지르는 법왜곡은 대소, 경중을 막론하고 온갖 사건의 범죄에서 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배심제 혹은 참심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에서 법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은 법왜곡죄로 다스리는 것이 맞다.

시민 배심이나 참심에서도 법왜곡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영미의 배심제도는 집중심리제도를 채택한다. 집중심리란 직업재판관의 재판처럼 간헐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사와 접촉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시민 배심원이 외부와 차단된 가운데, 심리를 집중적으로 끝내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배심이나 참심에서도 법왜곡이 일어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셋째, 참심제 도입 관련하여 곽 교육감은, “시민 배심제와 전문가 참심제의 전면 도입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배심제와 마찬가지로 참심제는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시민 재판관 제도는 법조인의 법기술이 아니라 일반 상식에 입각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일, 북한, 대만, 일본 등지에서 시행하는 참심제는 법조인 대 일반 시민의 참여 비율을 대개 1:2 정도로 잡고, 일반 시민의 비중을 더 크게 하는 것도 일반 상식이 법기술에 우선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국의 시민 치안판사제도도 ‘전문가’가 아니라 결격사유 없는 일반 시민이 무급으로 봉사한다. 유급 치안판사가 있으나 이는 소수이다.

넷째, 곽 교육감은 현재 한국 사법계가 교과서에 적힌 표준형에 준하여 그런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곡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법왜곡죄가 아니더라도 판사의 법왜곡을 막을 수 있는 전통적인 장치가 없진 않다. 판사의 법왜곡은 대체로 상급심에 의해 걸러지고 누가 봐도 고의과실이 뚜렷하면 탄핵과 징계의 대상이 된다”고 한 점이 그러하다.

그렇지 않다. 곽 교육감은 “판사의 법왜곡은 대체로 상급심에 의해 걸러지고 누가 봐도 고의과실이 뚜렷하면 탄핵과 징계의 대상이 된다”고 했으나, 이 두 가지 지적 사항이 죄다 참으로 비현실적 몽상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판사의 법왜곡은 상급심에서도 잘 걸러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판사들은 잘못 재판해도, 또 그 잘못이 고의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개구멍을 이미 파놓았다. 대법원 99다24218 판례는, 입법부도 아닌 사법부가, 판례를 통해 준(準)입법의 효과를 낳고 있다.

이 대법원 판례는, 전상화 변호사가 줄곧 외치고 있는바, 법관들이 ‘고의’로 위법하게 재판해도 벌을 받지 않는 초법적 존재로서의 입법 효과를 낳고 있다. 입법기관도 아닌 사법부가 판례를 통해 입법의 효력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판례는 내용과 절차 면에서 다 위헌이다. 내용에서 보자면, 법관이 ‘고의’로 위법하게 재판을 해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있고, 나아가 형사상 책임에서도 관례적으로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절차 면에서는, 1심과 2심 재판 과정에서 설령 명백한 불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법관들의 불법을 문제 삼아 국가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해놓았다.

남은 것은 3심(상고심)뿐인데, 여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상고심에서 대법관들이 부당하게 재판할 때 이것을 문제 삼아 1심 법원에 국가배상 청구를 한다 해도, 1심 판사들이 이를 쉬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법원까지 가서 기각 혹은 각하되었다는 이유로 내칠 것이 명약관화하다. 다시 1심을 신청해서 그 1심의 판결이 불법해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기만 할 뿐, 법관은 처벌받는 일이 없게 된다. 위 판례는, 판사가 법을 잘못 적용하기 이전에, 이미 판례 자체가 위헌으로 기존의 법을 왜곡한 것이다.

뿐 아니라, 사법부에서는 3급심 자체를 제한하기 위해 상고심사제 도입을 운운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하는 3심급을 두고, 자의적으로 ‘불필요’한 것으로 속단한 가운데, 현재 80% 이상의 사건에 대해 상고심 자체를 심리불속행으로 각하하고 있다, 거기다가 장차 상고심사제를 도입하여 애초에 3심급 절차를 밟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려고 한다.

이렇듯, 사법부는 소극 및 적극의 온갖 방법으로 자의적 판결에 대한 처벌의 기제를 없애려 하고 있다. 소극적으로 상고심 제도 도입, 법왜곡죄 및 재판소원제 도입 반대를 통해 온갖 규제에서 벗어나려 하고, 적극적으로는 대법원 99다24218 판례를 통해 1, 2심에서 ‘고의’로 잘못된 판결을 해도 벌 받지 않도록 유사입법의 효과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벌이는 이 같은 위헌적 작태를 보고도 입법부는 묵과하고 있다.

이렇게 사법부가 법왜곡을 통해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형편에, 곽 교육감이 왜 법왜곡죄 입법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폄훼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곽 교육감은, 법왜곡죄의 “실효성은 매우 의심스런 반면 부작용은 클 수 있다.  반면 부작용은 즉각적으로 나타나서 득보다 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사법 현실과 정치 현실에서 법왜곡죄는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정치 세력이나 악성 민원인들이 판사를 괴롭히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다분”하다고 한다.

곽 교육감의 이런 발언은 상고심사제를 도입하여 3급심 받을 권리를 원천차단하려는 현 조희대, 천대엽 사법부의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부실한 1, 2심에 좌절하여 3심급에 호소하려는 이들을,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정치 세력이나 악성 민원인들이 판사를 괴롭히는 이들”로 매도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법왜곡죄 도입이 실효성 없고 부작용이 크다고 본 곽 교육감은 시민 배심제와 참심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법왜곡죄가 배심제, 참심제와 경합하는 것으로 간주한 곽 교육감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 위에서 소개했듯이, 우선 독일에서는 참심제와 법왜곡죄가 경합하기보다 공존하고, 사법권력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서 함께 선순환을 도출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겠다.

또 법왜곡죄는 당장에 도입하여 왜곡된 판결을 시정하는 데 다소간 도움이 될 전망이지만, 시민 배심제와 참심제의 도입은, 현재의 환경으로 볼 때, 참으로 기약이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더구나 이 같은 제도를 어렵사리 도입한다고 해도, 소기의 효과가 절로 거두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있다. 먼저 사회적 환경, 한국 시민의 사고, 심성(멘탈)의 전환을 바탕으로 깔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그런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런 제도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광범하게 회자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우리 시민 민중 자신에게 그런 제도의 옷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을 반증한다. 우리의 가까운 이웃, 대만과 일본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참심제가 도입되었으나, 이미 그런 논의가 해묵은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환경은 이들 동아시아의 나라들과도 사뭇 다르다.

그 차이는 무엇보다 정치 권력구조에 있다. 대만과 일본은 전통적으로 한국보다 더 분권적인 반면, 식민지배와 장기 독재를 거친 한국은 극도의 중앙집권적 구조에다가 독재, 독선의 심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윤석열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 여전히 ‘윤석열 어게인(다시)’을 외치는 이들도 다소간 존재하며, 다른 한편으로, 윤석열과 무관하게, 전통으로 내려오는 독선의 심성도 한국인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해 있다.

여기서 집권 혹은 분권의 권력구조가 사법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일견할 필요가 있겠다. 권력구조에 따라 배심제와 참심제 도입 여부의 전망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집권적 국가에서는 영미법계의 배심제를 당장에 도입하기가 어렵고, 독일 같은 참심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 주된 이유는 영미법계의 배심제가 자유 시민 의식의 전통을 깔고 있는 것이라면, 참심제는 권위적, 관료주의 전통이 강한 독일 같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자보다 후자에 까깝다.

흔히 오늘의 유럽을 (유럽)대륙법계와 영미법계로 구분한다. 집권과 분권의 권력구조가 재판제도에 미치는 영향 관련하여 이 두 개 법체계 간의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 프랑스 등이 대표하는 대륙법계는 성속(교회조직과 봉건영주)의 지배권력 하에 있었고, 특히 교회조직 및 교회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교회의 보편적 조직은 로마제국의 관료주의 체계(로마 민법이 아닌 황제의 칙법)를 따온 것이었고, 그것은 훗날 근대국가, 특히 시민의 세력이 성장하지 못한 소련 등 공산주의 국가의 관료주의 쳬계로 흡입되었다. 중세 대륙의 교회는 분권적 영주 제후가 난립하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 형법을 관장했고, 종교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마녀사냥을 통해 이단을 처형했다.

그러나 영국의 사정은 대륙과는 판이했다. 영국에는 두 개의 세력이 양극에 존재했는데, 하나는 지방자치 공동체가 온존한 것이고, 다른 한쪽에는 국왕에 의한 중앙집권의 시도가 있었다. 영국 지방자치단체의 전통은 게르만족(영국에 진입한 5세기 앵글로 색슨족 및 11세기 노르만족)의 관습법에 기초한 것이다.

영국에서도 교회조직과 교회법이 있었으나, 세속 왕권에 압도되었다. 16세기 초 헨리 8세는 영국 국교회를 창건함으로써, 로마 교황청의 보편적 권위에서 탈피하여 종교조직을 세속권력 하에 종속시켰고, 수도원 재산을 대거 몰수함으로써 종교재단의 힘을 대거 약화시켰다. 왕권강화의 시도는 튜더왕조(1488~1603) 초기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프랑스와 백년전쟁에 돌입하면서 국왕 대권에 기초한 칙령을 발포함으로써, 보통법(Common Law)이 아닌 다른 법(형평법)을 적용했고, 재판절차 또한 보통법 법원과는 다른 절차에 의거했다. 왕의 권위 및 형평법에 근거한 재판은 보통법 원리와 충돌을 빚게 되었다.

그러나 왕권 강화와 형평법의 권위는 영국에서 자리를 굳히지 못했다. 엘라지베스 I세 여왕의 사망으로 튜더왕조가 종식되고 스뉴어트 왕조(1604~1714)가 개막되면서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가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로 즉위했고, 그의 절대주의 혹은 전제왕정의 시도는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대륙법과 영미법 간의 차이는 이 같은 역사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대륙법계도 지역에 따라 상이한 점이 있으나, 후기 로마 제국의 관료조직과 황제의 칙법을 원용한 보편적 카톨릭의 교회조직 및 교회법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군부의 집권과 유럽 침략을 계기로 중앙집권이 가속화되었고, 그에 따라 법제 통일의 일환으로 나폴레옹 민법전(1904)이 편찬되었다. 상인(부르조아) 세력이 주도한 프랑스 혁명의 소산인 이 법전은 로마 민법을 그대로 원용한 것으로서, 중세의 관료주의적 교회법과는 계통과 성격을 달리한다. 교회법과 함께 로마 민법은 이탈리아 상업도시 볼로냐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계승되어 왔던 것이다.

반면, 독일의 형편은 프랑스나 영국과는 같지 않았다. 수많은 도시와 함께 영주제후국들로 분열되어 있던 독일은 시민보다 ‘융커’라 불리는 신흥지주의 향사들이 대세를 이루었고, 이들이 독일 군국주의의 인적 기반을 제공했다. 프로이센에 의한 독일 통일과 제2제국(1871~1918) 성립을 거치면서 강화된 군국주의 전통이 로마 황제의 칙법 및 교회법의 전통과 결합하면서, 법체계는 통치 권력의 아류로 쉬 전락해 버렸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 영, 프 등 연합군이 지배한 독일은 다소간 영미법의 영향을 받기에 이르렀다.

대륙법계의 프랑스와 독일에는 영국, 미국 등에서 보이는 시민 배심제도나 영국의 치안판사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시민 배심원이 판사와 함께 참여하여 유무죄 및 형량까지 평결하는 참심제(Cour d’assises)로 운영된다. 이것은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의 힘이 사회적으로 성숙하지 않았던 전통의 권위주의 혹은 관료주의 전통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하겠다.

덧붙여, 동아시아에서는 북한이 오래전부터 1심에서 참심제(1명 법조인, 2명 인민-시민)를 실천했고, 최근 들어 대만과 일본이 참심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이 같지 않기 때문에, 이들 동아시아 나라의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쉬 이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은 토착사회의 전통이 원래부터 강한 곳이었고, 일본도 중세의 봉건체제 전통을 이어 지방분권의 전통이 강하다. 지역분권의 전통은 중앙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다소간 갖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사법제도에 적용되면, 사법부의 관료주의를 견제하는 시민의 세력 확대로 쉬 연결될 수 있다.

한국은 이들 나라와 역사적 배경 및 사회적 환경을 달리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한국 시민 민중은 여전히 소극적, 수동적이고, 그 위에 정부 관료가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심제, 참심제, 치안판사제도 등의 구현은 사법제도만의 변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한국 시민 민중 스스로의 의식 변화, 관료주의적 권위의식 타파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그나마 기회라 할 수 있는 것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함께 함성을 지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국 사법제도에 내재해 있는 비민주적 요소, 중앙집권의 권력이 얼마나 사법권력을 쉬 예속시킬 수 있는 것인지 등을 12.3내란을 통해 다수가 자각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 전망이 불투명한 시민 배심제 및 참심제도를 주장하는 한편, 당장에 판사들의 일탈을 다스릴 수 있는 법왜곡죄 도입을 효용성 없는 것으로 폄훼하는 곽 전 교육감의 주장은 보편적 파탄에 이른 한국 사법계 당장의 현실에 참으로 둔감한 것이 아닌가 한다. 동시에 우리 시민 민중이 어떤 제도를 얼마만큼 소화할 수 있을지 그 역량에 대한 반성도 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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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법왜곡. 집중심리, 유급 치안판사, 상급심, 고의과실, 입법부, 사법부, 판례, 전상화, 손해배상책임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