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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111) 나치 및 동독의 사법 범법을 처단하기 위해 적용된 ‘법왜곡죄’를 신권과 왕권 등을 보호한 것으로 왜곡한 대법원과 그에 편승한 조선일보

최자영 | 입력 : 2025/11/13 [18:52]

사법독립과 법왜곡죄는 서로 포괄 영역이 달라
독일에서는 의도나 인식, 또 미필적 고의로도 법왜곡죄 성립
법왜곡죄는 일상 형법의 영역으로 탄핵 등 특별 정치적 절차와 무관
법관 신변 확보를 앞세우고 ‘국민 기본권 보호’를 후순위로 하는 대법원

민주당이 형법 개정안으로 ‘법왜곡죄’를 발의했다. 판사나 검사가 재판 및 수사에서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려고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장이나 검찰총장도 법 왜곡을 지시했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가 “법왜곡죄, 사법부 장악 수단으로 악용될 것”, “이 대통령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었다.(조선일보 2025.10.30.)

조선일보의 기사는 대법원의 입장에 편승한 것이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법왜곡죄’ 입법 관련하여, “법관을 위축시키고 사법부 독립을 약화시켜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대법원의 의견서에는, “법왜곡죄는 법관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다”, “법관의 독립적인 사법권 행사를 저해할 수 있다”, “‘사법 신뢰 제고’,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왜곡죄는 역사적으로 신권과 왕권 등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대법원의 신권과 왕권 수호 언급 관련하여, 조선일보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 이전에 독재자나 전제군주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어 놓고 이를 따르도록 판사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것이라는 해석을 곁들였다.

조선일보 및 대법원의 이 같은 의견에는 몇 가지 오류가 발견된다. 첫째, 법왜곡죄가 신권과 왕권의 수호, 혹은 독재자나 전제군주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어 놓고 이를 따르도록 판사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한 점이다.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독일은 일찍이 법왜곡죄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그 본격적 적용은 나치 독재나 전제군주가 아니라, 정반대로 구동독 사법 불법에 대한 청산 과정에서였다. 그전에도 독일 형사사법실무에서 법왜곡죄 적용 여부가 의미를 가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전이 아니라, 오히려 그 후였다. 나치시기의 과도한 불법적 선고에 책임 있는 법관을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전 이후에도 전범재판 과정에서 법왜곡죄의 혐의로 진행된 형사절차는 물론 유죄선고된 예도 거의 없었다고 전한다.(참조, 이진국, 독일 형법상 법왜곡죄의 구성요건과 적용, 비교형사법연구, 21-1, 2019.4. 166~167. 174~175)

참고로, 독일 형법 조문에 ‘법왜곡’이란 용어를 직접 언급한 예는 1870년 북독일연방형법 제336조 및 제국형법 제336조였고, 제국형법 339조에는 직권남용죄가 함께 규정되었다. 이 중 339조의 직권남용죄는 나치시대였던 1943년 대체 규정 없이 삭제되었으나 법왜곡죄는 그대로 존속했다. 그 후 1974년 형법시행법(EGStGB)을 통해 법왜곡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법 왜곡에 대한 의도나 인식, 또 미필적 고의로도 법왜곡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독일제국, 바이마르공화국, 나치 등 3가지 상이한 체제를 거치는 가운데, 법왜곡죄 적용은 거의 없었던 것은 놀랄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체제의 교체기에 이전 정치체제 하의 불법 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음에도, 총 4건 중 유죄가 1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둘째, 대법관 의견서에는 법왜곡죄가 “법관의 독립적인 사법권 행사를 저해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법관의 독립이란 명분은 형법상 법왜곡죄의 구성요건 신설을 저지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참조, 이진국, 독일 형법상 법왜곡죄의 구성요건과 적용, 180)

법관의 독립이란 외부 세력이 사법부에 부당하게 개입, 간섭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반면, 법왜곡죄는 재판 관련한 불법행위를 구성요소로 하여 법관을 처벌하는 것이다. 법왜곡이란 ‘법관 등 공무원이 법사건을 처리하면서 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자신의 사적 기준에 맞추어서 처리하는 것’을 밀한다.

대볍원 의견서에서, “법왜곡죄는 법관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다”고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법원의 관심이 철저하게 법관의 신변 확보에 가 있다는 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법관의 신변 확보"라 함은 법왜곡죄 신설로 인해 법관 자신에게 주어질 잠재적 제약과 압박에 대한 것이 우선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음을 뜻한다. 법관의 일탈이 소송 당사자들에게 야기하는 피해는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 된다. 법관의 신변 확보가 공정한 재판이라는 본질에 우선하는 것은 주객전도된 꼴이다.

그 단적인 증거가 대법원 의견서에 빼박이로 드러난다. “‘사법 신뢰 제고’,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왜곡죄는 역사적으로 신권과 왕권 등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한 것이 그러하다. 여기서 “‘사법 신뢰 제고’,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입법 취지가 법관의 신변 확보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더구나 법관 신분 확보를 우선으로 하는 근거에서도 대법원 의견서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법왜곡죄는, 위에서 소개했듯이, 신권과 왕권 수호가 아니라 반대로 나치 독재와 동독의 사법 범법을 청산하기 위해 적용, 강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법원 의견서에서는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 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호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판결을 고의로 뒤집는 경우, 굳이 법왜곡죄를 신설하지 않더라도 현행 법관 탄핵 제도 등으로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대법원은 ’새로운 시대상‘, ’소수자의 인권보호‘가 마치 기존 법의 준수를 통해서는 다 달성할 수 없는 것 같은 논조를 펴고 있으나, 그 어떤 이유로도 법관의 자의적 법왜곡을 정당화할 수 없다. 나아가, 법왜곡죄를 신설할 필요 없이, 현행 탄핵제도로 법왜곡을 제제할 수 있다고 했으나, 그런 것이 아니다.

현재 탄핵은 국회에서 발의하는 것이지만, 법왜곡은 국회의 손을 거칠 필요가 없이 바로 사인이 일상적으로 제소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의견서에서 탄핵 절차를 통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상적으로 제재받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더구나 국회에서 탄핵한 이들이 하나 예외 없이 헌법재판소에서 이래저래 다 풀려난 것을 보고도, 대법원이 탄핵 절차 운운하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독일의 법왜곡죄는 일상적 형법으로 다스리며, 탄핵 같은 특별한 정치적 절차를 통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법왜곡죄의 주체는 ”법사건을 주재 또는 결정하는 법관, 그 밖의 공무원 또는 중재법관’ 등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여기에는 상사법관, 사회법관, 노동법관, 시민 참심원 등 명예(비직업) 법관도 포함된다.

위 같은 취지의 조선일보 기사 및 법원행정처 제안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첫째, 법원은 법관이 법왜곡을 통해 소송 당사자에게 끼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에 대한 관심과 반성의 개념이 박약하다는 사실이다. 법원의 독립이, 원고나 피고에 대한 공정한 처우가 아니라 법관 신변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그들이 착각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법왜곡죄는 법관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한 것인데, 여기에 방점은 법관이 법왜곡죄를 범했는가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가에 가 있다. 이것은, 일종의 반어법적 표현으로서, 법관 자신이 법을 왜곡하여 법 권력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경우에도,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빌미로 처벌받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다”, “법관의 독립적인 사법권 행사를 저해할 수 있다” 등의 말을 뒤집으면, 법을 왜곡해도 그것은 소신이고 독립으로 미화된다. 구체적으로, 재판부 지정 후 9일 만에 유죄취지 파기환송한 이번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판도 ’법관의 소신‘, ’법관의 독립‘이라는 미명 하에 법왜곡죄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만일 법원이 외부의 압력으로 재판 자체에 영향을 받아 피고 혹은 원고에 부당하게 피해가 가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었다면, 그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독재정권 자체에 대해 항거하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부당한 외부의 정치적 압력에는 항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란에 즈음한 한국 대법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스스로 정치권력화한 법관은 사법부에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을 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추호의 망설임 없이, 오히려 그 권력과 결탁하게 될 것이다. 12.3 내란 때 대법원장 조희대가 사법권력을 계엄사령부 하에 넘기려 한 것이 그 단적인 증거가 된다.

대법원 의견서는 미래의 파생적 효과로서, 온갖 구속, 견제의 틀을 제거함으로써 자의적 판결의 보루를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견제와 구속의 틀을 벗어난 법관은 언제라도 법왜곡을 통해 불공정한 정치적 판결을 자행하게 될 것이 자못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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