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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의사 형사면책 위해 정부와 의사집단이 공모하여 환자 및 시민 민초를 ‘입틀막’ 하려 해
최자영 | 입력 : 2024/04/09 [11:47]
의사 증원에 반대하나 의료인 형사면책특례법에는 반대하지 않는 의사들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한 보험제도는 ‘입틀막’의 빛 좋은 개살구 환자에게 입증책임 전가하고 알 권리 실종시킨 의사집단 카르텔
한국 의료계에는 세상에 보기 드문 제도가 세 가지 있다. 첫째, 서울에 딱 한 군데 있는 의료조정중재원(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둘째, 의료사고가 나면, 진료한 의사가 아니라 환자에게 왜 사고인지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현행제도이고, 세 번째는 의사집단이 의사에게 형사면책 시켜주겠다고 하는 의료인 특례법인데, 의사집단이 지금까지 줄곧 주창해왔던 것이고, 현 정부가 추진중에 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다. 의사들이 환자의 알 권리를 짓밟고, 이로 인한 정보 비대칭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급기야 형사면책까지 받겠다고 나서는 점에서 그러하다. 의사가 보험에 가입하면 형사면책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 보험제도라는 것을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해서 운영하겠다는 점에서 또한 그러하다.
의료조정중재원은 의료 감정 및 조정을 독점하는 기관으로, 필자가 아는 한, 세상에 그 같은 것이 없다. 이 제도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만들어진 것(2012)인데, 의사들이 각각 져야할 입증책임을 대신하여 의료조정중재원에서 획일화하여 감정해준다는 뜻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의료조정중재원 감정과 의사들의 입증책임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전자는 독점기관에서 감정서가 하나만 나오는 것이므로, 다른 감정의견을 구해볼 수가 없으니, 환자로서는 불리하기 짝이 없고, 의사들에게 유리한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입증책임을 진다는 것은 개개 의사들이 자신의 진료가 무과실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입증의 주체가 독점기관이 아니라, 다수가 되는 것이다. 또 환자는 의사의 무과실 입증이 진실한가를 다른 의사의 의견, 감정을 통해 검토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가 있어야 한다.
반대로, 의료조정중재원이 감정을 독점한다는 것은 의사들이 자신의 진료는 물론 다른 의사들의 진료에 대해서 감정 의견서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금기를 전제로 한다. 이것은 헌법에 명시한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지만, 현행 의료계의 관행이다. 의사들이 자기의 진료에 대해서 왜 과실이 없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자체 ‘입틀막’하면서, 그 책임을 의료조정중재원에 떠넘기는 데가 세상에 어느 나라에도, 필자가 아는 한, 없다. 현재로서 12년째 접어드는 의료조정중재원이 의사들의 로비창구로 이용된다는 환자의 불만과 원성이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부하에 설립한 의료조정중재원과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사 형사면책특례법은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의료사고의 신속ㆍ공정한 피해구제”라는 취지가 천명되어 있으나, 의료정보를 개방하지 않는 독점적 의료조정중재원이 존재하는 한, ‘공정’은 물 건너간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환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은 의료조정중재원의 독점기관을 설립할 것이 아니라, 의료인이 책임보험을 넣으면 달성된다. 환자에게 직접 시달리지 않고, 보험회사(보험이 돈이 많이 들면 자체의 공제조합)가 나서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다시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의료인 형사면책특례법을 추진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 전제가 의사가 책임보험을 든다고 하는 것인데, 그 책임보험을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해 운영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논리의 모순과 독소조항을 깔고 있다. 첫째, 책임보험을 들면 형사면책 시켜주겠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은 책임보험(혹은 공제조합)을 들면 그것으로 된다. 그에 더하여 형사면책법을 제정할 필요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그 책임보험을 독점기관인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책임보험에서 그 책임의 소재는 사고에 대한 투명한 평가, 감정을 통해서 밝혀지게 된다. 그러나 독점기관인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하겠다는 것은 객관적 사고의 평가 및 감정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의도이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의료인 책임보험제도는 무늬만 책임보험일 뿐,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점이 이로써 명백해진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그 평가, 감정은 각 보험회사에서 서로 다투어 서로가 양해할 수 있는 객관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의료조정종재원을 통한 독점적 감정은 그런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다. 자동차 중과실도 책임보험을 통해 면책된다고 하고, 의사들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마치 자동차 보험을 중앙에 자동차사고조정중재원을 딱 하나 설치해놓고, 그곳을 통해서 딱 하나의 감정서를 내고는 서로 화해하고 타협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의료조정중재원이 독점 감정하는 이명박 정부의 유물을 타파하고, 의사들은 누구나 타 의사에 대한 진료에 대해 의견서를 낼 수 있도록 개방함으로써, 책임보험제도가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독일에서는 누구나(자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의사에게 감정을 구할 수 있고, 의사는 질문에 대해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사는 자신의 지식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전문인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면 오히려 형사책임을 지게 된다. 더구나 의사가 환자 측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으로서 무료로 이루어진다. 한편 그리스에서 감정이 필요한 환자는 감정서를 원하는 의료기관, 의사 등을 적어 검사에게 신청서를 제출하고, 검사의 확인서를 가지고 가면 원하는 자료에 대한 감정서를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의료 감정은 한 국가 경계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여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것이다.
나라마다 절차가 다르지만, 의료 감정을 한 기관에서 독점하는 예가,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없다. 의료감정의 독점은 의료계의 문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것은 일본 식민지배, 유신독재, 군부독재의 유산으로, 환자뿐 아니라 시민 민초를 ‘입틀막’하는 독재 관료주의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인 형사면책특례법 추진은 이명박 정부의 의료조정중재원 설립과 같은 맥락에 있다.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에만 반대의 기치를 올리고 있는 의사집단은 의료인 형사면책특례법 제정에는 반대하는 일이 없다. 반대는커녕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빌미로, 형사면책을 받아야 하겠다고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창해왔고, 현 윤석열 정부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디따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의료정보 은폐의 현실, 의료조정중재원의 독점적, 배타적 감정서 발행 제도에 의한 환자의 질곡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의사집단의 관심은 환자의 권리 보호가 아니라 오직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이라는 빌미로 형사면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 어떤 책임보험도 내키지 않는 의사들을 두고, 윤석열 정부는 그 책임보험을 넣으면 형사면책 입법하겠다고 화두를 던지고는, 독점의 감정서를 발부하는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해 의사 책임보험을 운영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책임보험을 편법으로 운영하려고 미리 복안을 깔고 있으니, 의사 형사면책에 목을 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책임보험은 헛소리 마중물이고, 실제 노리는 것은 의사형사면책 특권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환자에게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떠맡기는 통에 질곡에 처한 환자들을 더욱 옭아매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백한 의사 형사면책 특권의 입법을 의사집단이 윤석열 정부하에서 감히 실현하려 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의료 사고 입증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환하는 내용 등도 없이, 의사의 의료 사고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특례법 제정을 정부가 추진하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보건복지부 제2차관)는 “이런 (형사면책)특례를 적용받으려면 의료인이 중재 절차를 수용해야 한다”, “이 절차에서 피해에 대한 전문적 평가·감정이 있을 거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사고에 대한 입증 책임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대답했다.
보건복지부가 말하는 “전문적 평가·감정”, “환자 입장에서 사고에 대한 입증 책임 부담이 완화”라는 것은 바로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해 나오는 독점의 감정서를 뜻한다. 그 독점 감정서는 그 진위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피해 환자 측은 울며 겨자 먹는다.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지 못 하는 의료조정중재원의 독점 감정제도는 식민지배와 독재의 유물이다.
의료인 책임보험제도가 내실있게 운영되는 전제는 전문인 의사는 누구나 감정서를 발부할 수 있어야 하고 환자는 감정서의 진위를 객관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는 다른 감정을 의뢰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의사 책입보험에서도 자동차 책임보험 같이 투명하고 다양한 정보에 의해 감정 의견 간 다툼에 의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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