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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영화 <길위에 김대중>이 지난 12.20일 부산 롯데시네마 광복점에서 있었다. 이는 2024년 1월 10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18일), 광주(19일) 시사회를 잇는 것이고, 다음날 목포에서 있을 시사회(21일)에 하루 앞선 것이다.
<길위에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을 떼고 정착시킨 김대중 대통령의 파란만장했던 삶의 궤적을 간추린 기록 영화이다. 사상 최초로 공개되는 미공개 영상및 자료들과 함께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때마침 개봉 1천만 관객을 내다보는 <서울의 봄>과 기묘하게 겹치는 장면들이 있다. 1979년 10.26. 박정희의 죽음 이후 전두환이 주도한 12.12 군부쿠데타와 이듬해 5.18 광주민주항쟁이 전두환과 김대중을 엮는 고리가 된다. 6.25사변 부산으로 피난 온 이승만이 그 와중에서도 권력을 잡으려고 저지른 갖가지 술수를 보면서, 김대중은 상인에서 정치인으로 삶의 궤도를 바꾸게 된다. 정치하지 않으면, 이 나라를 구할 수 없다는 각성을 하게 되면서이다. 이 영화는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3김 중심의 대선 각축전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김대중의 삶을 다루었다. 그 다음 이야기는 후속편 <기호 2변 김대중>에 담기게 될 예정이다.
<서울의 봄>이 대역을 쓰고 역사 인물의 실제 이름을 조금씩 바꾸고, 또 이야기 전개도 다소간 각색을 한 것이라면, <길위에 김대중>은 역사기록 자체이며, 실제 동영상을 그대로 이용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을 공수부대의 군화와 총기로 짓뭉갰던 전두환은 1987년 6월 다시 군대를 동원하여 이를 진압할 생각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전시작전권을 가진 미군이 군대동원을 ‘이번에는’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역으로 1980년 5.18 학살 때 미군이 전두환의 군사작전을 승인했던 것임을 추리할 수 있다. 당시 부산에 미국의 항공모함이 입항했다고 회자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군의 묵인 혹은 승인하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족 학살을 마다하지 않았던 전두환은 용서할 수 없는 인물이라 하겠으나, 김대중은 그런 이들까지 다 포용하려 했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증오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는 숙지하고 있었다. 그 대신 하나하나 각자의 저항과 행동을 통해서 민주는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고 김대중은 믿었다.
‘행동하는 양심’, “할 것이 없으면, 벽에다가 낙서”라도 하는 것이 김대중이 생각한 민주주의 실천 비결이었던 셈이다. 그 행동은 미래로 연기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에 실천하는 것이다. “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을 하는”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조급할 것이 없었고, 어떤 핍박 속에서도 잃을 것이 없었다.
최자영 기자, paparuna999@gmail.com <저작권자 ⓒ 대전신문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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