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의 핵심은 경제적 상승효과(내용)가 아니라 국민, 주민의 정치적 발언권(형식)
윤석열의 ‘나라 지킴이’, ‘통닭’ 계엄론 등은 내용의 정당화를 빌미로 한 형식상 독재
이재명의 5극3특 경제효과론도 내용의 정당화를 빌미로 한 독재의 행정편의주의
5극3특의 지역균형발전은 ‘통합’ 아닌 지자체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추진하고
‘통합’ 대신 중앙 재정권의 지역 이양, 자치경찰제, 교육자치권, 자치입법권, 지역정당 합법화를 공론화해야
대통령 이재명이 행정 ‘통합’ 추진을 선언한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을 청와대에서 만나 추진상황을 논의할 전망이라고 한다.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광주 8명, 전남 10명), 김영록(전남도지사) 등이 오는 1.9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갖고 광주·전남 통합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이재명은 오는 6월 지방선거 떼 통합자치단체장을 뽑을 수 있도록 신속한 법안 처리를 강조했고, 당장에 7.1일 ‘통합’ 지자체를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고 한다. 한편 정준호(민주당 의원 광주 북구갑)는 지난달인 12.24일 ‘광주·전남초광역특별자치도 설치 및 지원 특례에 관란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하여,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중이며, 다음달 말 통과가 예상된다고 한다.(한겨레, 2026.1.5.)
이재명의 이 같은 행정 ‘통합’ 추진은 우선 두 가지 점에서 치명적 하자를 지니고 있다. 첫째, 이에 대한 추진은 이재명 스스로 외쳐온 국민주권을 배반한다는 사실이다. 전국 단위의 국민주권이란 지역 단위의 주민주권이다. 양자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자체 ‘통합’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대놓고 무시하고, 애초에 들러리 세우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증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단체장과 국회의원이 청와대에 모여서 대통령과 나눌 오찬 논의에서 차후 국회 입법을 통해 통합을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낼 셈이다. 거기에 지역주민은 끼어들어 의견을 개진할 틈새가 없다. ‘통합’ 추진이 국민 및 주민 주권을 배반한다는 사실은, 주민이 정책 결정의 주체로서가 아니라, 이미 방향이 정해진 정부 정책의 ‘홍보와 설득’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데서 증명된다.
나주시가 2026년 1.7일부터 20일까지 20개 읍·면·동을 순회하며 주민과의 대화를 개최할 것이라고 한다. 남평읍부터 시작하는 주민과의 대화는 “지역별 현안과 생활 속 불편 사항을 직접 듣기 위한 것,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이다.”(온라인더뉴스 2025.1.2.) ‘경청’한다는 사실은 주민이 결정권이 없다는 뜻이다. ‘주민과의 대화’란 행정기관에서는 이미 정해진 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일 뿐이며, 주민과 접촉하여 그 의견을 반영한 것처럼 포장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주민과의 대화’에서 국민 및 주민은 ‘주인’이 아니라, 영락없는 ‘객’이다.
둘째, 통합에 대한 이같은 추진은 이재명 정부가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전광석화로 ‘통합’을 해치울 작정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지역자치를 말살하는 행정 편의주의이다. 이재명은 6월 지방선거 때 통합자치단체장을 뽑을 수 있도록 신속한 법안 처리를 강조했고, 당장에 7.1일 ‘통합’ 지자체를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고 하기 때문이다. 나주시가 약 2주간에 걸쳐 순회 실시하는 ‘주민과의 대화’에서 국민 및 주민은 권력의 ‘주인’이 아니라, 영락없이 들러리 서는 ‘객’이다.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했다면, 이처럼 졸속한 ‘통합’ 기획(시나리오)은 나올 수가 없다.
이재명의 ‘통합’ 추진은 경제적 효과를 빌미로 권력 집중 및 독재 체제를 구축한 박정희의 개뱔독재를 연상하게 한다. 여기에 조·중·동 및 국힘당은 일제히 지지 찬성의 뜻을 밝혔다. ‘통합’은 문재인, 윤석열 정부 및 거대, 군소 정당이 여야를 막론하고 시도해왔던 기획이었고, 여기에 조·중·동 등 각종 보수 언론은 물론 이른바 진보 언론도 가세해 왔다.
한 예로, 이미 5년 전 중앙일보는 “‘뭉쳐야 산다’…전국 시도 통합 논의, 대한민국 행정지도 바뀔까”(중앙일보, 2020.11.2.)라는 표제로 ‘통합’을 종용했다. ‘뭉치면’ 누가 산다는 것인지가 불투명하다. 정치적 발언권 없는 지역민은 들러리 서다가 밥그릇 다 뺏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5극3특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박정희 개발독재처럼 그 상승효과가 반드시 골고루 분배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투기세력이 몰려올 것이며, 지역의 부가 외부로 누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위험부담에 대한 견제는 사사건건 지역민 자신의 정치 참여, 감시,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계, 언론 등 그 어느 쪽에서도 ‘통합’이 낳을 부작용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지역민들은 ‘통합’이 불가피하게 가져올 행정편의주의, 수직적 명령체계에 의한 지역자치의 말살 등을 우려한다. 그러나 그 가느다란 반대의 목소리는 거대 정계(중앙 정부와 지역 단체장), 언론 연대의 기세에 눌려 묻혀져버리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지자체 ‘통합’론의 전례는 그 같이 허울뿐인 ‘특별’ 행정구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지금 ‘무늬만 특별’이란 평가를 받고 있고, 세종특별자치시 역시 행정수도라고 하지만, 자족 기능이 부족하고, 강원·전북특별자치도는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구체적인 재정특례가 빠져 ‘이름만 특별’이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 법조항만 비교해보면 강원과 전북은 큰 차이가 없고, 시·군과도 권한 충돌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한다. 경기북부·충북도도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보다 ‘특별 타이틀 확보’가 목표라는 비판도 있다.(황가봉, “전국이 ‘특별’ 열풍 ... 누구를 위한 간판인가?”, 아래 일부 정보는 이 글에서 인용. https://m.blog.naver.com/forever_sht/223978115911)
이런 추세라면, 전국 모든 광역단체가 ‘특별’ 지위를 얻을 전망이며, 그 ‘특별’은 더 이상 ‘특별’하지도 않을 것이다. 재정특례가 중앙 정부의 입김하에 추진된다면, 권력구조적으로 지역의 중앙에 대한 종속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들고나온 5극3특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도 특례시(수원, 용인, 고양, 창원, 화성)가 등장했고, 옹진, 울릉, 신안을 뭉쳐 ‘특별자치군’화를 추진하고 있고, 인천, 송도를 ‘특별자치구’로 만들자는 법안도 나왔다고 한다. 머지않아 ‘골목상권 특별보호구’, ‘주민센터특별자치동’ 등이 나올 것 같다는 조롱까지 회자한다.
문제는 ‘특별’이란 미명하에, 중앙에 집중된 재정의 지방 이전은 미미하고, 그 대신 광역단위의 권력 집중 및 관료주의 행정 강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점이다. 이제 겨우 공론화되기 시작한 ‘지역자치’의 앞날에 이재명 정부의 지자체 간 ‘통합’의 화두는 시계를 거꾸로 돌려 자치와 국민주권의 시대를 박정희 유신독재 개발 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지자체의 단체장을 통합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중앙에 집중된 각종 권력을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으로서 지방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차제에, 중앙정부가 소관하는 재정권을 해당 지역으로 이양함은 물론 자치경찰제, 교육자치권, 자치입법권, 지역정당 합법화 등을 통해 지역자치를 활성화하고, ‘통합’ 운운할 것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 체계의 모색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겠다.